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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전령 - 12장 – 성벽 안에서 서로를 미는 자들

12장 – 성벽 안에서 서로를 미는 자들 1. 진술조서 위에 묻어나는 값 지방경찰청 강력계 조사실. 형광등은 희미한 기름막을 씌운 것처럼 탁했고, 벽에는 오래된 공고문들이 누렇게 뜬 채 붙어 있었다. 철제 책상 앞, 후드티를 벗겨 놓은 청년 셋이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눈 밑은 퀭했고, 손목에는 여전히 플라스틱 수갑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형사가 진술조서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자, 한 번만 더 순서대로 정리해 봅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이 ‘일’을 제안했습니까.”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청년이 입술을 씹었다. “…말했잖아요. 그냥 온라인 카페에서…” 형사가 한숨을 쉬었다. “‘애국 시민 모임’ 카페에서 처음 연락 온 건 맞지.” “문제는 그 뒤야.” 그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여기 보면 그 카페 운영진 중 한 명이 당신들 만나기 전에 통화한 번호가 있어요.” 형사는 프린트된 통화 내역을 탁탁 쳤다. “그 번호, ○○당 지역 조직국 부국장 번호야.” 청년들의 눈이 동시에 흔들렸다. “…모릅니다.” 가장 어린 청년이 거의 반사적으로 말했다. “우린 그냥 시키는 대로…” 형사가 말을 잘랐다. “그래, 시키는 대로 했겠지.” “스프레이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오고, 봉투 던지라고 해서 던지고, 영상 찍으라고 해서 찍고.” 그는 책상 위에 놓인 갈색 봉투 하나를 들어 올렸다. 봉투 위에는 빨간 잉크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너의 이름도 이미 여기 있다, 정치인.” 형사는 봉투를 살짝 흔들었다. “글씨체, 세 명 중 누구 거야.” 청년 하나가 곧장 손을 들었다. “…제 겁니다.” “시킨 사람이 글귀까지 적어 줬으니까요.” 형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그 부분이 중요하다.” 그가 말했다. “누가 어떤 문장을 써서 보내라고 했는지.”...

심판의 전령 - 12장 – 성벽 안에서 서로를 미는 자들

12장 – 성벽 안에서 서로를 미는 자들 1. 진술조서 위에 묻어나는 값 지방경찰청 강력계 조사실. 형광등은 희미한 기름막을 씌운 것처럼 탁했고, 벽에는 오래된 공고문들이 누렇게 뜬 채 붙어 있었다. 철제 책상 앞, 후드티를 벗겨 놓은 청년 셋이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눈 밑은 퀭했고, 손목에는 여전히 플라스틱 수갑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형사가 진술조서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자, 한 번만 더 순서대로 정리해 봅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이 ‘일’을 제안했습니까.”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청년이 입술을 씹었다. “…말했잖아요. 그냥 온라인 카페에서…” 형사가 한숨을 쉬었다. “‘애국 시민 모임’ 카페에서 처음 연락 온 건 맞지.” “문제는 그 뒤야.” 그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여기 보면 그 카페 운영진 중 한 명이 당신들 만나기 전에 통화한 번호가 있어요.” 형사는 프린트된 통화 내역을 탁탁 쳤다. “그 번호, ○○당 지역 조직국 부국장 번호야.” 청년들의 눈이 동시에 흔들렸다. “…모릅니다.” 가장 어린 청년이 거의 반사적으로 말했다. “우린 그냥 시키는 대로…” 형사가 말을 잘랐다. “그래, 시키는 대로 했겠지.” “스프레이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오고, 봉투 던지라고 해서 던지고, 영상 찍으라고 해서 찍고.” 그는 책상 위에 놓인 갈색 봉투 하나를 들어 올렸다. 봉투 위에는 빨간 잉크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너의 이름도 이미 여기 있다, 정치인.” 형사는 봉투를 살짝 흔들었다. “글씨체, 세 명 중 누구 거야.” 청년 하나가 곧장 손을 들었다. “…제 겁니다.” “시킨 사람이 글귀까지 적어 줬으니까요.” 형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그 부분이 중요하다.” 그가 말했다. “누가 어떤 문장을 써서 보내라고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