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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전령 -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1. 수사실, 버려진 하수인의 둘째 선택 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 창문 없는 조사실. 벽은 흰색이었지만, 오래된 형광등 불빛에 어딘가 누렇게 물들어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 종이컵 두 개. 한쪽은 미지근한 물이 반쯤, 다른 쪽은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이 재문은 둘 다 마시지 않고 앞에 놓인 서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평생이 걸린 것도 아니고, 하루가 걸린 것도 아니지. 그는 머릿속으로 시간을 되짚었다. 경찰 학교, 정보과, 퇴직, 컨설팅 회사, 의원실과의 계약, 그리고 문화센터 계단. 문이 열렸다. 수척한 얼굴의 검사가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 뒤에는 회사에서 선임했다는 변호사가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 “피의자 이 재문 씨.” 검사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공식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변호인 입회하에.”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술하시기 전에 몇 가지 사항만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단계에서 위쪽 이름을 먼저 꺼내는 것은 이 재문 씨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조언인 척했지만, 사실은 경고에 가까웠다. 검사가 서류를 펼쳤다. “우선 가방 안에서 나온 문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프린트물을 이 재문 앞으로 밀었다. “전령 팬덤 폭력 연출 매뉴얼, 이른바 ‘여론 관리 플랜’ 문서입니다.” 이 재문은 문서를 보지도 않은 듯 눈을 감았다. “당신 서명이 맨 아래에 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문제는 그 위에 적힌 내용입니다.” 그는 한 줄을 짚었다. “목표: ‘도시의 전령’ 괴담 관련 과격 팬덤 이미지 형성, 향후 ‘괴담·가짜뉴스 방지법’ 추진의 사회적 명분 확보.” 검사는 시선을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 문서, 누가 만들라고 했습니까.” 변호사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지금 단계에...

제12장 – 죽음을 기억하는 자 Chapter 12 – He Who Remembers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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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 심판자의 그림자》 / Episode 2 – The Judge’s Shadow 제12장 – 죽음을 기억하는 자 Chapter 12 – He Who Remembers Death 그는 웃고 있었다. 살이 찢겨나간 채로, 혀가 잘려 말조차 못하는 상태로, 그는 웃고 있었다. He was laughing. Even as his flesh peeled, even with his tongue severed— he laughed. 그 웃음은 공포가 만든 경련이었다. 아드레날린이 한계를 넘어 뇌를 마비시키며 그는 자신이 죽는 줄도 몰랐다. That laughter was a spasm born of terror. Adrenaline had fried his mind, and he no longer knew he was dying. 그의 이름은 제럴드 벤턴. 아동 포르노 제작자.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17명의 아이를 촬영하고 그 영상을 다크웹에 유통한 자. His name was Gerald Benton. A child pornography producer. He filmed 17 children in his basement and distributed the footage on the dark web. “너는 아이들의 눈을 훔쳤지.” 루크가 다가오며 말했다. “이제 네 눈을 돌려받을 차례야.” “You stole the eyes of children,” Luke said, stepping forward. “Now it's time to take yours.” 루크의 그림자가 벽을 기어올랐다. 그림자는 그의 눈 위에 드리웠고, 손가락처럼 생긴 날카로운 뿔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눈알을 파냈다. Luke’s shadow crept up the wall. It cast itself over the man’s face— horn-like fingers, razor sharp, pl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