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전령 - 11장 – 무대 위에 올라온 장부들
11장 – 무대 위에 올라온 장부들 1. 새벽 편집실, ‘틀어야 할 것’과 ‘틀고 싶지 않은 것’ 새벽 네 시 반. 신문사 영상 편집실은 밤과 아침 사이의 희미한 틈에 꼈다. 형광등은 이미 오래전에 지쳤는지, 간혹 미세하게 깜빡였다. 모니터 세 대가 줄지어 서 있고, 각 화면에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장면들이 멈춘 채 떠 있었다. 하나는 의원회관 복도에서 진행되는 압수수색 화면, 하나는 정 회장 사무실 사진 위에 씌운 “정치자금 의혹” 자막, 그리고 마지막 하나에는 파형이 오르내리는 음성 편집 프로그램 화면. 환하게 뜬 파형 위에 마우스 포인터가 멈춰 있었다. “여기요.” 영상 팀장이 재생 지점을 찍었다. 스피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제도에 기대지 않는 순간부터, 괴담은 스스로 걸어 다닙니다.” 노 영학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괴담을 없앨 수 없습니다.” “다만 괴담이 누구를 물어뜯을지— 그 방향 정도는 조정할 수 있죠.” 마우스가 멈췄다. 팀장이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이거 그대로 나가면 진짜 뒤집어지겠는데.” 옆에 서 있던 시사 프로그램 PD가 말했다. “…그래서 나가야죠.” 그가 답했다. “이미 USB와 녹음 파일은 검찰 증거로 등록됐고, 한 지우 변호사 쪽이 ‘일부 공개 가능’ 의견도 줬어요.” 팀장이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쳐도, 방송 윤리는…” “우리가 이걸 숨기면—” PD가 말했다. “누군가는 ‘언론도 한 패였다’고 장부에 적어 넣을 겁니다.”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편집실 구석에서 커피를 들고 있던 윤 서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틀어야 합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이건 괴담이 아니라 회의 녹음입니다.” 서연이 말했다. “누군가의 상상이나 카더라가 아니라— 실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