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 2025의 게시물 표시

심판의 전령 - 32장 – 이름을 팔아 죄를 짊어진 자

32장 – 이름을 팔아 죄를 짊어진 자 1. “사과를 맡아 드립니다” – 새로운 얼굴 강인섭 이사장의 부고가 신문 구석에 조용히 실린 지 한 달쯤 지난 봄. 도시는 새로운 파문 하나에 휘말려 있었다. “○○그룹 계열사, 하청 노동자 사망 은폐 의혹.” 야간 공장에서 기계에 끼인 노동자가 사망한 뒤, 사측이 신고 시간을 늦추고, 안전 기록을 조작하고, 유족에게 “조용한 합의”를 종용했다는 제보가 터졌다. 유족의 눈물, 현장 동료들의 증언, 노동단체의 기자회견. 며칠 동안 뉴스는 그 이야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3일째 되는 날, 그 혼란의 중심에 새로운 얼굴 하나가 TV 화면에 나타났다. 검은 정장, 정돈된 머리, 적절히 낮은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사건 관련 대외 대응을 맡게 된 변호사 한도진입니다.” 자막에는 짧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위기관리 전문 변호사 / ○○공익법센터 이사”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먼저 고인의 죽음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법률적인 책임과는 별개로,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 그는 ‘도의적 책임’이라는 말을 마치 입안에서 굴려 본 뒤 천천히 꺼내는 사람처럼 정확한 속도로 발음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오늘을 기점으로, 회사는 인사 조치와 안전 시스템 전면 재점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말은 길었지만, 결론은 간명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상처를 깊이 유감 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회사 전체가 구조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아니다.” “이번 일은 일부 관리자의 심각한 판단 미스와 현장 시스템상의 허점이 겹친 불행한 사고다.” 문장들은 부드럽게 흘렀다. 사과와 변명, 책임과 면책, 위로와 요청이 한 몸처럼 섞여 있었다. 질문이 나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룹 차원의 책임자는 누구라고 보십니까?” 한도진은 조금도...

에피소드 3 – 제25장

이미지
에피소드 3 – 제25장 《그 이름을 기억하라》 루크는 재판이 끝난 어두운 지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벽에는 아직도 엘리사 판사의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희미한 촛불만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다음 대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승호. 대통령. 대한민국의 권력 정점에 선 자. 공권력과 군대를 이용해 수많은 시민을 억압하고, 반대 세력을 고문했으며, 막대한 세금을 자신의 사치와 부패에 탕진한 인물. 언론을 장악하고, 법원을 무력화시킨 뒤, 그는 스스로를 '민주의 수호자'라 불렀다. 그러나 루크는 진실을 보았다. 무너진 시위 현장. 살해당한 기자들. 그리고 숨죽인 국민들의 얼굴. “이제… 심판받을 시간이다.” 그는 자신이 세운 '최후의 법정'을 위해 준비된 계획을 펼쳤다. 한국의 한 폐기된 군기지. 그곳이 다음 심판장이었다. 비밀리에 납치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그림자 — 윤대령 , 모든 더러운 일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 그날 밤, 윤대령은 비밀 별장에서 사라졌다. 다음날,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되었고, 청와대는 침묵했다. 며칠 후, 웹 다크넷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단 하나의 문장. “그대는 권력을 휘둘렀고, 그 칼날은 무고한 자들을 찔렀다.” 영상 속 윤대령은 철제 의자에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 뒤로, 피해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하나씩 나타났고, 마지막엔 루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판은 계속된다.” Episode 3 – Chapter 25 Remember That Name Luke stood alone in the aftermath of the trial. The faint candlelight flickered against the dried blood on the walls — the final remnants of Judge Elisa Morgan's judgment. In his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