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 A New Awakening 제22장 – 재판 없는 법정 / Chapter 22 – Court Without Trial

역사란 무엇일까요?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들을 단순히 나열한 기록일까요, 아니면 역사가의 주관적인 해석이 반영된 이야기일까요? '역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역사는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열쇠입니다.
20세기 중반, 이러한 역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역사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이자 외교관이었던 **E.H. 카(Edward Hallett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입니다. 1961년에 출간된 이 책은 캠브리지 대학에서 진행된 강연을 엮은 것으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를 통해 역사학의 본질과 역사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역사란 무엇인가』가 제시하는 역사가와 사실의 관계, 역사의 객관성 논쟁, 역사의 진보 여부 등 핵심적인 질문들을 쉽고 정확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의 통찰을 통해 당신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것입니다.
E.H. 카는 이 책에서 전통적인 역사관에 도전하며 역사학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역사를 단순한 과거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습니다.
배경: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라는 격동기에, 카는 서구 사회에 팽배했던 낙관적인 역사관과 사실주의적 역사관에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핵심 질문:
역사적 '사실'이란 무엇인가?
역사가와 사실의 관계는 어떠한가?
객관적인 역사적 진실은 가능한가?
역사는 진보하는가?
역사의 필연성과 우연성은 무엇인가?
카는 역사가들이 다루는 '사실'이 결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수많은 과거 사실들: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다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가의 눈에 들어오는 사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역사가의 선택: 역사가가 어떤 사실을 선택하고 어떤 사실을 무시할지는 역사가의 가치관, 시대적 배경, 연구 목적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시: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연구하는 역사가가 수많은 사건 중 어떤 인물의 연설문이나 특정 시위 현장을 '중요한 사실'로 선택할지는 역사가의 해석적 관점에 달려있습니다. 다른 역사가라면 다른 사실을 중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카는 "사실 그 자체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말하게 하는 것은 역사가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이라도 역사가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지 않으면 죽은 정보에 불과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현재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역사가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의식과 관심사가 과거 사실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예시: 같은 2차 세계대전을 연구하더라도, 1950년대에 쓰인 역사서와 2020년대에 쓰인 역사서는 그 초점, 해석, 강조하는 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거나, 역사가의 시대적 관점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카는 '절대적인 객관성'이라는 개념에 회의적입니다. 역사가가 시대와 무관한 완전한 객관성을 가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객관성의 의미: 카는 역사의 객관성을 '역사가가 자신의 시대와 사회적 위치를 인지하고, 최대한 편견을 배제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합니다. 즉, 이상적인 객관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객관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가의 주관성 인정: 역사가의 주관성이 불가피하게 개입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되, 그것이 **'바람직한 주관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편견이 아니라, 역사적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에서 나오는 주관성입니다.
선입견의 인정: 역사가가 아예 선입견 없이 역사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자신의 선입견을 명확히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카는 역사의 진보를 인정하지만, 그것이 선형적이고 필연적인 발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정신적 진보": 카는 과학의 발전과 같이 지식과 이성의 축적을 통해 인간의 의식이 진보하고, 이를 통해 인간 사회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도덕적 진보의 어려움: 기술적, 지식적 진보와 달리 도덕적 진보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간 본성 자체의 변화라기보다는, 인간의 이성이 과거의 오류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진보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끝없는 과정: 역사의 진보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나아가려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곧 진보의 증거라고 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출간 이후 역사학계는 물론 인문학 전반에 걸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전통 역사관 비판: '랑케'주의로 대표되는 사실 지상주의적 역사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역사가의 역할 강조: 역사가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기록자가 아니라, 과거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동적인 행위자임을 강조했습니다.
영향력: 역사학 연구 방법론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역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함으로써 역사학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비판: 카의 주장이 상대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비판, 또는 역사가의 자의적 해석을 너무 강조한다는 비판도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를 이해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입문서이자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고전으로 남아있습니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사실'과 '해석', '객관성'과 '주관성', '과거'와 '현재'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합니다. 이 책은 역사가 단순히 과거 사실의 수동적인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역사가의 능동적인 해석 행위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더 이상 역사를 지루한 연대기나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대신, 과거의 모든 기록 뒤에는 그 기록을 선택하고 해석한 역사가의 목소리가 담겨 있으며, 그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 역사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적 사고의 깊이를 더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