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 A New Awakening 제22장 – 재판 없는 법정 / Chapter 22 – Court Without Trial

서양 사상과 기독교 신학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 명, 바로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입니다.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자서전으로 평가받는 **『고백록』(Confessions)**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기록한 책이 아닙니다. 젊은 시절의 방황과 죄악,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갈망, 그리고 마침내 기독교 신앙으로 회심하기까지의 영혼의 여정을 치열하게 기록한 위대한 영적 고백입니다.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가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형식을 취하며, 인간 본성의 나약함과 죄성,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고백록』의 핵심 줄거리와 함께,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적, 신학적, 인간적 의미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뇌와 깨달음이 담긴 『고백록』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가 397년에서 400년경에 저술한 책으로, 총 13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을 넘어, 하느님의 선하심과 위대함을 '찬양'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를 '증언'하는 다층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의 탄생부터 그의 청년기 방황, 지성적 탐구, 그리고 32세에 극적인 회심을 경험하고 세례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주로 다룹니다.
1권: 유년기 죄의 본성 인식
어린 시절의 죄(남의 배 서리, 다른 아이의 장난감 훔치기 등)를 회고하며, 인간 본연의 죄성(원죄)을 인식하고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구원받을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갈망을 어린 시절부터 표현하며, 자신을 창조한 하느님을 찬양하는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2권: 청년기의 방황과 '배 서리 사건'
쾌락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던 청년기를 회고합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남의 밭에서 배를 훔쳐 먹은 '배 서리 사건'을 상세히 다루며, 이는 배고파서가 아니라 단지 악을 즐기기 위해 저지른 죄임을 고백합니다. 이 사건은 이유 없는 악의 존재를 깨닫게 합니다.
3권: 카르타고에서의 학문과 마니교에의 심취
수사학을 공부하기 위해 카르타고로 가서 학문과 사랑에 열중합니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마니교에 심취하여 9년간 그 교리를 따릅니다. 마니교는 세상을 선(빛)과 악(어둠)의 대립으로 설명하며, 악의 문제를 나름대로 설명했기 때문에 아우구스티누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4권: 친구의 죽음과 삶의 허무함
가까운 친구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과 허무함에 빠집니다. 존재의 유한성과 덧없음을 절감하며, 진정한 위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5권: 로마와 밀라노로의 이동, 마니교에 대한 회의
로마로 건너가 수사학을 가르치고, 이후 밀라노로 옮겨갑니다.
마니교의 최고 지도자였던 파우스투스를 만나 논쟁하면서 마니교 교리의 허점을 깨닫고 서서히 회의감을 느낍니다.
6권: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영향
밀라노의 주교 암브로시우스의 설교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그의 논리적인 설교를 통해 기독교 교리에 대한 지적인 편견을 버리기 시작합니다.
7권: 신플라톤주의와의 만남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접하며 영적인 실재(하느님)의 존재와 악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습니다. 마니교의 이원론적 악 개념에서 벗어나 악은 선의 결핍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8권: 극적인 회심의 순간
회심 직전의 가장 큰 고뇌를 다룹니다.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했으나 육체의 욕망과 의지의 나약함 때문에 고통스러워합니다.
어느 날 정원에서 "집어서 읽으라!(Tolle, lege!)"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옆에 있던 성경 로마서 13장 13-14절(방탕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으라)을 읽고 극적인 회심을 경험합니다. 모든 번뇌를 내려놓고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바치기로 결단합니다.
9권: 세례와 어머니 모니카의 죽음
회심 후 밀라노에서 암브로시우스 주교에게 세례를 받습니다.
평생 자신을 위해 기도했던 어머니 모니카와의 마지막 대화(오스티아 대화)와 그녀의 죽음을 기록하며, 어머니의 신앙과 사랑에 대한 깊은 감사를 표현합니다.
10-13권: 신앙적 성찰과 『창세기』 해석
이 부분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자신의 회심 이후의 삶과 신앙을 철학적,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내용입니다.
기억(Memory)에 대한 심오한 탐구: 인간의 기억 속에 하느님의 흔적이 있음을 주장합니다.
시간(Time)에 대한 고찰: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묻지 않으면 나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모른다."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시간의 본질을 깊이 탐구합니다.
『창세기』 해석: 성경 『창세기』의 천지창조를 해석하며 하느님의 말씀과 창조의 의미를 깨닫고자 합니다. 모든 존재가 하느님으로부터 왔음을 찬양하며 『고백록』을 마무리합니다.
『고백록』은 단순한 자서전을 넘어, 서양 철학과 신학의 방향을 바꾼 중요한 사상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모든 존재와 진리의 근원은 하느님입니다. 인간은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저희를 주님을 향하여 창조하셨으니, 저희 마음은 주님 안에서 안식하기 전에는 평안을 얻지 못합니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여, 인간의 궁극적인 갈망이 하느님께 있음을 천명합니다.
원죄: '배 서리 사건'을 통해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죄의 본성(아담과 이브의 원죄)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는 선천적인 인간의 나약함과 악행의 근원이 됩니다.
은총: 인간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오직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은총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의 회심 역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임을 고백합니다.
악은 선의 결핍: 마니교의 이원론적 악 개념에서 벗어나, 악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선의 부재 또는 결핍(privation of good)임을 주장합니다. 어둠이 빛의 부재이듯.
자유의지: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주어졌지만, 이 의지가 선을 선택할 수도 악을 선택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죄는 자유의지의 오용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기억: 아우구스티누스는 기억을 단순히 과거의 정보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영혼의 깊은 곳에 하느님의 진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장소로 봅니다.
시간: 과거는 지나가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며, 현재만이 존재하지만 현재 또한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는 시간이란 결국 영혼의 연장(延丈)이며,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현상임을 주장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과거의 죄와 고뇌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새로운 형태의 문학을 개척했습니다. 이는 후대 서양 문학에서 자서전과 고백 문학의 효시가 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은 서양 사상사와 기독교 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읽히는 고전입니다.
기독교 신학의 기틀 마련: 원죄론, 은총론 등 서방 기독교 신학의 주요 교리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서양 철학에 미친 영향: 플라톤주의적 요소와 기독교 사상을 통합하려 했으며, 자아, 의지, 시간, 기억 등에 대한 그의 사유는 데카르트 등 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영적 고전: 종교를 넘어선 모든 이들에게 진리 탐구와 삶의 의미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며, 영적 방황과 성숙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적 고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인간의 나약함과 죄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진리를 갈망하고 궁극적으로 하느님 안에서 안식을 찾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한 인간의 치열한 영적 여정을 통해,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고백은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내면의 갈등과 진리 탐구의 과정을 상징합니다.
『고백록』을 읽으며 아우구스티누스가 겪었던 고뇌와 깨달음을 함께 느껴보고, 그의 질문들을 통해 여러분 자신의 삶과 신념, 그리고 궁극적인 안식에 대해 깊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