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전령 - 4장 – 흔들리는 성벽

4장 – 흔들리는 성벽 1. 국회의원실, 아침의 회의 국회의사당 별관, 6층. 두꺼운 방음문 안쪽, 회의실에는 벌써 커피 냄새와 피곤이 섞여 있었다. 벽걸이 TV에서는 아침 뉴스가 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면 하단 자막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연결된 죽음들 – 병원, 학교, 재개발의 공통된 이름들” “지역 유력 인사들, 잇따른 사망… 온라인선 ‘하늘의 심판’ 괴담 확산” 테이블 위에는 출력물이 널려 있었다. 어제 밤 윤 서연이 올린 기사, 각종 커뮤니티 캡처, 댓글들, 그리고 익명 게시판에 떠도는 괴담 모음. 회의실 한가운데 앉은 남자가 그 종이들을 한 장씩 넘기고 있었다. 노 영학. 넥타이는 남색, 정장은 여전히 단정했지만, 눈가에는 피곤과 짜증이 고르게 내려앉아 있었다. “도대체… 이걸 그냥 두고 보자는 거야, 뭐야.” 그가 종이를 책상 위에 던졌다. ‘병원 이사장 – 죽음’ ‘학교 가해자 – 투신’ ‘재개발 대표 – 추락사’ ‘공통 회의 참석자: ○○의원 N 모 씨, ○○교육청 J 모 국장, 재개발 시행사, 의료재단…’ 곁에 앉아 있던 보좌관이 안경을 고쳐 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의원님, 아직 실명을 직접 쓰진 않았습니다. 직함과 이니셜만 쓰고, ‘의혹 제기’ 수준으로 톤을 맞춘 기사입니다.” “그래서 고마워해야 된다는 거야, 지금?” 노 영학이 코웃음을 쳤다. “‘의혹’이 제일 더러운 거야. 팩트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거. 읽는 사람 머릿속에는 **‘맞나 보다’**만 남는다고.” 그는 TV 화면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봐라. 저기 저 그래픽. 네 사건을 선으로 이어놓고 가운데에 ‘같은 탁자에 앉았던 사람들’ 운운하는 거. 저거 한 번 박히면…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아도 사람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보좌관 하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법적으로 대응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가짜뉴스 규제법 적용 가...

제29장 – 대통령의 심판 / Chapter 29 – Judgment of the President


《에피소드 2 – 심판자의 그림자》 / Episode 2 – The Judge’s Shadow
제29장 – 대통령의 심판 / Chapter 29 – Judgment of the President

루크는 대리석 바닥 위의 피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피 속에서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마치 살아있는 검은 물결 같았다.

Luke stared at the pool of blood on the marble floor.
From within it, the shadow rose—
like a living wave of darkness.

“대통령이다,”
그림자가 속삭였다.
“이제 그를 끝내라.”

“The President,”
the shadow whispered.
“End him now.”

루크의 가슴 속에서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In Luke’s chest,
a heavy stone seemed to drop.
He closed his eyes for a moment.

나는 심판자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I am the Judge.
Not a murderer.

그러나 눈을 떴을 때,
이미 그의 두 발은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걷고 있었다.

But when he opened them,
his feet were already carrying him
toward the Oval Office.

백악관 집무실은 새벽빛에 잠겨 있었다.
대통령은 혼자 책상에 앉아,
국제분쟁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The White House – Oval Office

The Oval Office was bathed in dawn light.
The President sat alone at his desk,
reading an international conflict report.

그의 머리는 희끗했고,
눈가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His hair was streaked with grey,
deep lines etched around his eyes.

그때,
방 안의 공기가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Then,
the air in the room rippled.
He looked up.

“누구지…?”

“Who’s there…?”

루크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그의 발 아래에서 일렁였다.

Luke stood at the door.
Black shadow undulated beneath his feet.

“대통령.”

“Mr. President.”

“너는… 그 심판자인가.”

“You… you’re the Judge.”

대통령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그는 차분히 안경을 벗고 책상 위에 놓았다.

The President’s voice didn’t shake.
Calmly, he removed his glasses
and set them on the desk.

“네가 날 죽여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You can kill me,
but nothing will change.”

루크의 눈빛은 차가웠다.

Luke’s gaze was icy.

“네가 내린 명령으로
죽은 아이들이 몇이었지.”

“How many children died
because of your orders?”

대통령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나는 국가를 위해 결정했을 뿐이다.”

The President sighed softly.
“I made decisions for my country.”

그림자가 그의 등 뒤에서 피어났다.
검고 날카로운 촉수들이
천천히 그의 몸을 감쌌다.

The shadow rose behind him.
Sharp black tendrils
slowly wrapped around his body.

“국가는 심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한다.”

“The nation doesn’t judge.
But I do.”

루크가 손을 들자,
촉수 하나가 대통령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Luke raised his hand,
and one tendril pierced into the President’s heart.
His body began to convulse.

“마지막으로… 묻겠다.”
“후회하나.”

“One last question…”
“Do you regret it?”

대통령의 눈가가 젖었다.
그는 미소 지었다.

The President’s eyes welled with tears.
He smiled.

“항상… 후회한다.”

“Always… I regret it all.”

촉수가 심장을 꿰뚫었고,
피가 바닥에 흘렀다.

The tendril tore through his heart,
blood spilling onto the floor.

그림자가 속삭였다.

The shadow whispered:

“이제… 세계가 우리의 심판을 알게 될 것이다.”

“Now… the world will know our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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