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전령 -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1. 수사실, 버려진 하수인의 둘째 선택 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 창문 없는 조사실. 벽은 흰색이었지만, 오래된 형광등 불빛에 어딘가 누렇게 물들어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 종이컵 두 개. 한쪽은 미지근한 물이 반쯤, 다른 쪽은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이 재문은 둘 다 마시지 않고 앞에 놓인 서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평생이 걸린 것도 아니고, 하루가 걸린 것도 아니지. 그는 머릿속으로 시간을 되짚었다. 경찰 학교, 정보과, 퇴직, 컨설팅 회사, 의원실과의 계약, 그리고 문화센터 계단. 문이 열렸다. 수척한 얼굴의 검사가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 뒤에는 회사에서 선임했다는 변호사가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 “피의자 이 재문 씨.” 검사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공식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변호인 입회하에.”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술하시기 전에 몇 가지 사항만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단계에서 위쪽 이름을 먼저 꺼내는 것은 이 재문 씨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조언인 척했지만, 사실은 경고에 가까웠다. 검사가 서류를 펼쳤다. “우선 가방 안에서 나온 문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프린트물을 이 재문 앞으로 밀었다. “전령 팬덤 폭력 연출 매뉴얼, 이른바 ‘여론 관리 플랜’ 문서입니다.” 이 재문은 문서를 보지도 않은 듯 눈을 감았다. “당신 서명이 맨 아래에 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문제는 그 위에 적힌 내용입니다.” 그는 한 줄을 짚었다. “목표: ‘도시의 전령’ 괴담 관련 과격 팬덤 이미지 형성, 향후 ‘괴담·가짜뉴스 방지법’ 추진의 사회적 명분 확보.” 검사는 시선을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 문서, 누가 만들라고 했습니까.” 변호사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지금 단계에...

제25장 – FBI의 함정 Chapter 25 – The FBI’s Trap


《에피소드 2 – 심판자의 그림자》 / Episode 2 – The Judge’s Shadow
제25장 – FBI의 함정 / Chapter 25 – The FBI’s Trap

제25장 – FBI의 함정

Chapter 25 – The FBI’s Trap

루크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벽에는 새벽빛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빛마저도 그의 그림자를 밝히지 못했다.

Luke rose slowly from his chair.
The slanted dawn light spilled across the wall,
but even that light could not illuminate his shadow.

손에는 한 장의 종이가 들려 있었다.
하얀 A4 용지.
거칠게 찢긴 모서리, 그리고 중앙에 적힌 단 한 줄.

In his hand was a sheet of paper.
Plain white A4.
Its edges torn roughly, a single sentence written at the center.

대통령 보좌관 존 하워드.
아동 성매매 조직 후원자.

President’s advisor John Howard.
Sponsor of child trafficking rings.

루크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숨이 얕아졌다.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

Luke’s pupils trembled slightly.
His breath grew shallow.
There was no way he didn’t know that name.

국가의 심장, 권력의 핵심.
법으로도, 정의로도 손댈 수 없는 성역 같은 존재.

The heart of the nation, the center of power.
A being untouchable by law or justice.

“가야겠지.”

“You’ll go.”

그림자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차갑고 깊고, 바닥 없는 우물처럼 울렸다.

The shadow’s voice pierced his ears,
cold and deep, echoing like a bottomless well.

“너도 알고 있잖아.
그가 어떤 놈인지.”

“You know what kind of man he is.”

루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종이를 구겼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분노인지 공포인지 알 수 없는 맥박.

Luke didn’t answer.
His fingers crumpled the paper.
His heart was pounding,
though he couldn’t tell if it was anger or fear.

“판결은 필요 없어.
우린 의뢰를 받았잖아.”

“Verdicts aren’t needed.
We’ve been hired.”

“심판에는… 판결이 있어야 해.”

“Judgment… requires a verdict.”

루크는 속삭였다.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아니, 아직 인간임을 증명하고 싶어서 내뱉는 마지막 저항 같았다.

Luke whispered.
It sounded like he was talking to himself.
No, it was his last attempt to prove he was still human.

그림자는 웃었다.
길고, 낮고, 혐오스러운 웃음이었다.

The shadow laughed.
Long, low, a hateful sound.

“넌 지금껏 한 번도 판결을 내린 적 없어.
네가 하는 건…
단지 집행일 뿐이었지.”

“You’ve never passed a verdict.
What you’ve done…
was just execution.”

루크의 시야가 흔들렸다.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니, 그림자가 그의 두개골 안쪽을 발톱으로 긁고 있었다.

Luke’s vision wavered.
Someone was knocking inside his head.
No—
the shadow was scratching the inside of his skull with its claws.

그는 종이를 내려다봤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He looked down at the paper.
Invisible words floated before his eyes.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Kill.
Kill.
Kill.

백악관 별관 지하 주차장

시멘트 냄새,
엔진 오일 냄새,
그리고 빛 한 점 없는 어둠.

The scent of cement,
the reek of engine oil,
and darkness devoid of a single ray of light.

루크는 걸음을 멈췄다.
그림자가 그의 앞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형체도, 얼굴도 없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Luke stopped walking.
The shadow swayed before him.
No form, no face,
but he could feel it.

“환영한다, 심판자.”

“Welcome, Judge.”

그림자의 음성이 어둠을 갈랐다.

The shadow’s voice cut through the darkness.

루크는 숨을 들이쉬었다.
심장은 차갑게 식고 있었다.

Luke inhaled.
His heart was turning cold.

이제 돌아갈 수 없다.

There’s no turning back now.

그 시각, FBI 상황실.

At that moment, in the FBI war room—

마커스 블레인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루크의 위치가 백악관 반경 안으로 찍히고 있었다.

Marcus Blaine couldn’t tear his eyes away from the monitor.
Luke’s location was pinging inside the White House perimeter.

“이번엔 끝내자.”

“This ends tonight.”

그는 속삭였다.

He whispered.

그러나 그는 몰랐다.
모니터 속 루크의 등 뒤,
검고 울퉁불퉁한 그림자가
소리 없이 웃고 있다는 것을.

But he didn’t know.
Behind Luke, on the screen,
the bumpy, black shadow
was smiling silen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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