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전령 -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1. 수사실, 버려진 하수인의 둘째 선택 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 창문 없는 조사실. 벽은 흰색이었지만, 오래된 형광등 불빛에 어딘가 누렇게 물들어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 종이컵 두 개. 한쪽은 미지근한 물이 반쯤, 다른 쪽은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이 재문은 둘 다 마시지 않고 앞에 놓인 서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평생이 걸린 것도 아니고, 하루가 걸린 것도 아니지. 그는 머릿속으로 시간을 되짚었다. 경찰 학교, 정보과, 퇴직, 컨설팅 회사, 의원실과의 계약, 그리고 문화센터 계단. 문이 열렸다. 수척한 얼굴의 검사가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 뒤에는 회사에서 선임했다는 변호사가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 “피의자 이 재문 씨.” 검사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공식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변호인 입회하에.”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술하시기 전에 몇 가지 사항만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단계에서 위쪽 이름을 먼저 꺼내는 것은 이 재문 씨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조언인 척했지만, 사실은 경고에 가까웠다. 검사가 서류를 펼쳤다. “우선 가방 안에서 나온 문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프린트물을 이 재문 앞으로 밀었다. “전령 팬덤 폭력 연출 매뉴얼, 이른바 ‘여론 관리 플랜’ 문서입니다.” 이 재문은 문서를 보지도 않은 듯 눈을 감았다. “당신 서명이 맨 아래에 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문제는 그 위에 적힌 내용입니다.” 그는 한 줄을 짚었다. “목표: ‘도시의 전령’ 괴담 관련 과격 팬덤 이미지 형성, 향후 ‘괴담·가짜뉴스 방지법’ 추진의 사회적 명분 확보.” 검사는 시선을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 문서, 누가 만들라고 했습니까.” 변호사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지금 단계에...

제9장 – 바뀐 운명 Chapter 9 – Rewritten Fate


에피소드 2 – 심판자의 그림자 / Episode 2 – The Judge’s Shadow

제9장 – 바뀐 운명
Chapter 9 – Rewritten Fate

불길한 붉은 안개 속,
루크는 자기 무덤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검은 비석.
태어난 날은 맞았지만,
죽은 날이 바뀌어 있었다.

Amid a sinister red fog,
Luke stood before his own grave.
A black headstone bore his name.
The birthdate was correct—
but the death date had changed.

2021년 8월 14일
그는 이 날짜를 알았다.
그가 죽은 날이 아니었다.
이건… 나오미를 처음 만난 날이었다.

August 14, 2021.
He knew this date.
It wasn’t the day he died—
It was the day… he met Naomi.

“그 누구도 네 기억을 완전히 믿지 마.”
낯선 음성이 그의 뒤에서 속삭였다.

“Don’t trust your memories completely,”
a strange voice whispered from behind him.

그는 돌아섰다.
그림자도, 인간도 아닌 존재.
그것이 서 있었다.

He turned.
It stood there—
not shadow, not man.

“넌 심판자가 아니었어.”
“너는 그렇게 만들어진 거야.”

“You were never a Judge.”
“You were made to be one.”

“무슨 말이지…?”
루크는 속삭였다.
“나는… 내가 본 걸 기억해. 내가 한 일을 기억해.”

“What do you mean…?”
Luke whispered.
“I remember what I saw. What I did.”

그 존재는 손짓했다.
그리고 공중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불에 타는 거리, 무릎 꿇은 남자.
그리고 그 위에 선 루크—아니, 셋째 존재.

The entity gestured.
A scene appeared midair:
a street on fire, a man kneeling.
And above him—Luke.
Or rather, the Third Entity.

그 장면 속의 루크는 웃고 있었다.
잔혹하게, 차갑게,
기계처럼.

The Luke in the scene…
was smiling.
Cruelly, coldly,
like a machine.

“이건 거짓이야…”
“이건 내가 아냐.”

“This is a lie…”
“This isn’t me.”

“하지만 기억이 바뀌면
넌 그렇게 될 거야.”

“But when memory bends,
you become that lie.”

루크는 무릎을 꿇었다.
혼란이 그의 숨을 앗아갔다.
가슴속의 심장은
이제 분노도, 정의도 아닌
공포로 뛰고 있었다.

Luke dropped to his knees.
Confusion stole his breath.
His heart beat now—
not with rage or justice—
but with fear.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나오미였다.

Then—
someone grabbed his hand.
Naomi.

“이 기억이 진짜야.”
그녀가 말했다.
“내가 널 본 순간부터… 넌 진짜야.”

“This memory is real,”
she said.
“From the moment I saw you… you were real.”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셋째 존재는 뒤로 물러났다.
빛이
그 어둠 속에 틈을 냈다.

And at that instant—
the third entity stepped back.
Light
cracked the darkness.

루크는 숨을 들이쉬며 일어섰다.
그는 아직 완전히 쓰러지지 않았다.

Luke inhaled sharply and rose.
He hadn’t fallen completely—
not y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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