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전령 -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1. 수사실, 버려진 하수인의 둘째 선택 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 창문 없는 조사실. 벽은 흰색이었지만, 오래된 형광등 불빛에 어딘가 누렇게 물들어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 종이컵 두 개. 한쪽은 미지근한 물이 반쯤, 다른 쪽은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이 재문은 둘 다 마시지 않고 앞에 놓인 서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평생이 걸린 것도 아니고, 하루가 걸린 것도 아니지. 그는 머릿속으로 시간을 되짚었다. 경찰 학교, 정보과, 퇴직, 컨설팅 회사, 의원실과의 계약, 그리고 문화센터 계단. 문이 열렸다. 수척한 얼굴의 검사가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 뒤에는 회사에서 선임했다는 변호사가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 “피의자 이 재문 씨.” 검사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공식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변호인 입회하에.”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술하시기 전에 몇 가지 사항만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단계에서 위쪽 이름을 먼저 꺼내는 것은 이 재문 씨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조언인 척했지만, 사실은 경고에 가까웠다. 검사가 서류를 펼쳤다. “우선 가방 안에서 나온 문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프린트물을 이 재문 앞으로 밀었다. “전령 팬덤 폭력 연출 매뉴얼, 이른바 ‘여론 관리 플랜’ 문서입니다.” 이 재문은 문서를 보지도 않은 듯 눈을 감았다. “당신 서명이 맨 아래에 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문제는 그 위에 적힌 내용입니다.” 그는 한 줄을 짚었다. “목표: ‘도시의 전령’ 괴담 관련 과격 팬덤 이미지 형성, 향후 ‘괴담·가짜뉴스 방지법’ 추진의 사회적 명분 확보.” 검사는 시선을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 문서, 누가 만들라고 했습니까.” 변호사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지금 단계에...

에피소드 2 – 심판자의 그림자 / Episode 2 – The Judge’s Shadow

제4장 – 그를 삼키는 것
Chapter 4 – That Which Devours Him

거울 속의 루크는
루크가 아니었다.

The Luke in the mirror—
was not Luke.

그의 눈은 검게 물들어 있었고,
입술은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표정은 누군가를 조롱하듯 일그러져 있었다.

His eyes were blackened,
his lips smeared with blood,
and his face twisted in a mockery of a smile.

그러나 거울 앞의 루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실제의 루크는 말없이 숨을 죽인 채
그 앞에 서 있었다.

Yet the Luke before the mirror didn’t move.
The real Luke stood silently,
breath held—watching.

“날 도와줘…”
루크의 속삭임은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Help me…”
Luke’s whisper wasn’t even clear
on who it was for.

그 순간, 거울 속의 루크가 움직였다.
그림자처럼 퍼져나가, 거울 바깥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손끝은 진짜 루크의 턱을 쓰다듬었다.

Then the mirrored Luke moved.
He stretched like a shadow,
reaching beyond the glass.
His fingers brushed the real Luke’s chin.

“나를 거부하지 마.
너는 결국… 나야.”

“Don’t reject me.
You are me.”

그 손길이 닿는 순간,
루크의 심장이 요동쳤다.
과거의 살육 장면,
자신이 잊으려 했던 심판의 비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As that hand touched him,
Luke’s heart convulsed.
Scenes of past executions—
screams he had tried to forget—
rushed back all at once.

“아니야… 나는—”

“No… I’m—”

“넌 사람 아니야, 루크.”
“You’re not human, Luke.”

“넌 심판이었고, 이제 심판자는 사라졌어.
남은 건 나야.
그림자.”

“You were Judgment.
But now that’s gone.
All that remains—
is me.
The Shadow.”

그림자는 이제 루크의 목소리로 말했다.
거울 속의 그 존재는 더 이상 허상도, 반사도 아니었다.
자신이었다.
자신의 심연이었다.

The shadow now spoke in Luke’s voice.
The figure in the mirror wasn’t just a reflection.
It was him—
his abyss.

루크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거울 속의 그림자는 여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이젠 거울 속뿐 아니라,
그의 등 뒤에도—바로 등 뒤에도 존재했다.

Luke stumbled back.
But the shadow in the mirror followed—
not just within the glass now,
but behind him—directly behind.

“넌 날 삼켜선 안 돼…”
“날 삼키지 마…”

“You can’t swallow me…”
“Don’t devour me…”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건 삼킴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 안에 삼켜지고 있었다.

But he knew.
This wasn’t about being devoured.
He had already
been swallowed.


제5장 – 두 번째 목격자
Chapter 5 – The Second Witness

시카고 북부의 오래된 도서관,
3층 열람실 구석에
나오미는 홀로 앉아 있었다.
루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방금 전까지의 대화를 되짚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In an old library in northern Chicago,
Naomi sat alone in a corner on the third floor.
Luke had yet to return,
and she was lost in thought, replaying their last conversation.

책상 위엔 루크의 과거 신문 기사들과
그가 사라졌던 2년간의 범죄 기록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믿고 싶었다.
루크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On the desk were newspaper clippings of Luke’s past
and crime records from the two years he’d vanished.
She wanted to believe—
that Luke wasn’t the monster.

그러나 그 순간,
책장 너머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But then—
from beyond the bookshelf,
she felt it:
someone watching her.

“누구 있나요?”
나오미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Is someone there?”
Naomi asked cautiously.
No answer.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간 순간,
책장의 그림자가
갑자기 길어지고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As she rose and stepped forward,
the shadows between the shelves
suddenly stretched—twisted.

그림자는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눈.
두 개의 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The shadow had taken human form.
And within it—
eyes.
Two glowing eyes stared at her.

나오미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루크였다.
루크의 그림자.

Naomi stepped back instinctively.
This was not human.
And worse—
it was Luke.
Luke’s shadow.

“당신… 누구야…”
나오미가 속삭였다.

“Who… are you…”
Naomi whispered.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The shadow didn’t reply.
Instead, slowly—
it moved toward her.

그리고 그 순간,
루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At that moment,
Luke opened the door and entered.

그림자는 순식간에 증발하듯 사라졌다.
마치 존재 자체를 지운 것처럼.

The shadow vanished instantly—
as if it had erased itself from existence.

나오미는 숨이 가빠진 채
루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고요했고, 냉정했고,
그림자와 같았다.

Naomi, breathless,
looked at Luke.
And in his eyes—there was nothing.
They were calm, cold,
and shadow-like.

“루크…
방금… 여기에 누가 있었어.”

“Luke…
There was someone here. Just now.”

그는 조용히 말했다.

He answered quietly:

“알아.
그건… 나였어.”

“I know.
That was… me.”


제6장 – 악의 설계자
Chapter 6 – The Architect of Evil

한밤의 교회당.
십자가는 부러져 있었고, 제단은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그 안에는 촛불 수십 개가 바닥에 그려진 원을 따라 배치되어 있었고,
중앙에선 누군가가 무릎 꿇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Midnight in a desecrated chapel.
The cross lay broken, and the altar was draped in black cloth.
Dozens of candles burned in a circle drawn on the floor,
and in the center, someone knelt—praying.

그는 에즈라 로크.
리에노의 전승자.
그림자의 원천을 ‘신성한 기원’이라 부르며,
그 어둠을 신격화한 광신의 선지자.

He was Ezra Rourke.
Rieno’s successor.
The prophet of fanaticism who called the source of the shadows the “Divine Origin”
and deified the darkness itself.

“심판자는 죽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나 진짜 그림자는 이제 자유롭다.”

“The Judge is dead,”
he whispered.
“But the true Shadow… is now free.”

그의 손에는 오래된 양피지 조각이 들려 있었다.
그 위엔 고대 언어로 새겨진 문장.
“둘의 균열에서 태어난 자,
세 번째 그림자.”
그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In his hand was a scrap of ancient parchment.
Etched upon it in a forgotten tongue:
“From the fracture of two,
the Third Shadow is born.”
That was his goal.

에즈라는 무릎을 꿇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했다.

Ezra knelt deeper, eyes closed.
And he spoke:

“루크 데렌.
너는 심판자였으나,
이제는 심판받을 자다.”

“Luke Derren.
You were once a Judge—
now, you shall be judged.”

그 순간, 제단의 어둠이 일렁였다.
바닥의 원 안에서 그림자가 꿈틀거렸고,
그 안에서
한 쌍의 날카로운 손톱이 솟구쳐 올랐다.

In that moment, the darkness beneath the altar pulsed.
Shadows writhed within the circle on the floor—
and from within,
a pair of sharp claws surged upward.

에즈라는 미소 지었다.
그가 기다리던 것은
심판자를 죽이는 ‘그림자의 탄생’이었다.
그림자가 인간에게 등을 돌리는 순간,
그는 세 번째 존재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Ezra smiled.
What he had long awaited—
was the birth of a shadow that would kill its Judge.
The moment the shadow turned on the human,
he could unleash the third being.

그림자의 진정한 주인,
‘제3의 심연’은 이제 깨어나고 있었다.

The true master of shadows—
the “Third Abyss”—
was beginning to awa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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