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전령 -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8장 – 성벽 안쪽에서 일어난 첫 균열 1. 수사실, 버려진 하수인의 둘째 선택 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 창문 없는 조사실. 벽은 흰색이었지만, 오래된 형광등 불빛에 어딘가 누렇게 물들어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 종이컵 두 개. 한쪽은 미지근한 물이 반쯤, 다른 쪽은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이 재문은 둘 다 마시지 않고 앞에 놓인 서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평생이 걸린 것도 아니고, 하루가 걸린 것도 아니지. 그는 머릿속으로 시간을 되짚었다. 경찰 학교, 정보과, 퇴직, 컨설팅 회사, 의원실과의 계약, 그리고 문화센터 계단. 문이 열렸다. 수척한 얼굴의 검사가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 뒤에는 회사에서 선임했다는 변호사가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 “피의자 이 재문 씨.” 검사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공식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변호인 입회하에.”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술하시기 전에 몇 가지 사항만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단계에서 위쪽 이름을 먼저 꺼내는 것은 이 재문 씨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조언인 척했지만, 사실은 경고에 가까웠다. 검사가 서류를 펼쳤다. “우선 가방 안에서 나온 문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프린트물을 이 재문 앞으로 밀었다. “전령 팬덤 폭력 연출 매뉴얼, 이른바 ‘여론 관리 플랜’ 문서입니다.” 이 재문은 문서를 보지도 않은 듯 눈을 감았다. “당신 서명이 맨 아래에 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문제는 그 위에 적힌 내용입니다.” 그는 한 줄을 짚었다. “목표: ‘도시의 전령’ 괴담 관련 과격 팬덤 이미지 형성, 향후 ‘괴담·가짜뉴스 방지법’ 추진의 사회적 명분 확보.” 검사는 시선을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 문서, 누가 만들라고 했습니까.” 변호사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지금 단계에...

제11장 – 사냥의 재개 Chapter 11 – The Hunt Resumes


에피소드 2 – 심판자의 그림자 / Episode 2 – The Judge’s Shadow

제11장 – 사냥의 재개
Chapter 11 – The Hunt Resumes

루크는 어둠 속을 걸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밤은 길었다.
하지만 그에겐 익숙한 감각이었다.

Luke walked through the dark.
Rain fell,
and the night stretched long.
But to him, it was all familiar.

옛 시절, 그는 이와 같은 밤마다
심판의 명단을 품고 거리를 헤맸다.
지금은… 그 명단이 없다.
그러나
그의 몸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In the old days,
he roamed the streets on nights like these,
carrying his list of judgment.
Now… there was no list.
But his body still remembered.

“그 놈이 움직이고 있어.”
루크가 중얼였다.
“에즈라 로크.
넌 내 눈앞에 나타나겠지.”

“He’s on the move,”
Luke murmured.
“Ezra Rourke.
You’ll show yourself soon.”

나오미는 멀리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루크를 믿기로 했지만,
그의 어깨 너머에 깃든
그림자의 존재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Naomi followed from a distance.
She had chosen to trust Luke—
but not the shadow
that lingered just over his shoulder.

그림자는 조용히 속삭였다.

The shadow whispered quietly.

“우린 다시 심판자가 됐다.”
“We are the Judge once more.”

“하지만 이번엔…
규칙이 없다.”

“But this time…
there are no rules.”

루크는 멈춰 섰다.
그의 앞에는 오래된 공장 건물이 있었다.
철제 창살, 무너진 벽,
그리고 안쪽으로 스며드는 미세한 피냄새.

Luke stopped.
Before him stood an old factory building.
Rusty bars, crumbling walls—
and faint traces of blood wafting out.

“첫 사냥감이 이 안에 있어.”
그림자가 말했다.

“Our first prey is inside,”
the shadow said.

루크는 숨을 내쉬었다.
심장은 평온했다.
그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순간만큼은
그가 무엇인지
명확했기 때문이다.

Luke exhaled.
His heart was calm.
He felt no fear.
Because in this moment—
he knew exactly
what he was.

“나는 심판자다.”

“I am the Ju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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