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그 후의 삶: 명예, 재판,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복귀까지
'권력'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온 후
"정치에서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권력의 정점이자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입니다. 5년 단임제를 통해 임기가 끝나면, 그들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재임 중의 공과에 따라 국민적 존경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혹독한 비판과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거나, 퇴임 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후 삶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그들이 누린 명예, 겪었던 재판,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정치적 재평가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무현, 이명박 등 특정 대통령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들의 퇴임 후 활동, 기념관 건립, 그리고 사법 처리의 과정을 살펴봅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온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까요?
1. 전직 대통령 예우와 논란
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퇴임 대통령에게 연금, 비서관, 경호,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예우를 제공합니다. 이는 국가에 대한 공헌을 기리고 예우를 갖추는 목적을 가집니다.
- 예우 내용:
- 연금 지급: 재직 중 보수 연액의 일정 비율 지급 (현재는 상당액의 연금 지급)
- 비서관 및 운전 기사 지원: 국정 운영 보좌 및 편의 제공
- 경호 및 경비: 퇴임 후에도 국가원수급 경호 지속
- 의료 혜택: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
- 사무실 제공: 필요 시 사무실 및 운영비 지원
- 기념 사업 지원: 기념관 건립 등 공적 활동 지원
그러나 재임 중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예우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정지 또는 박탈됩니다. 이는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과 법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예: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연금 및 일부 예우 박탈)
2. 역대 대통령 퇴임 후 삶의 명암: 주요 사례 비교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후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렸습니다.
2.1. 박정희 대통령: 유신 독재의 비극적 종말
- 퇴임 방식: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서거 (재임 중 사망).
- 퇴임 후 삶 (사후 평가):
- 기념 사업: 국립현충원 안장,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동상 건립 및 추모 행사 지속.
- 사법 처리: 재임 중 사망으로 인한 사법 처리 없음.
- 역사적 평가: '한강의 기적'을 이끈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추앙받는 동시에, 유신 독재와 인권 탄압의 장본인이라는 극명한 평가가 공존. '박정희 향수'와 '박정희 트라우마'라는 사회적 현상.
- 영향력: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됨. 현재까지도 정치 지형에 큰 영향.
2.2. 전두환 대통령: 군부 독재의 단죄와 재평가 시도
- 퇴임 방식: 1988년 2월, 직선제 개헌 및 노태우 대통령 취임으로 평화적 정권 이양.
- 퇴임 후 삶:
- 사법 처리:
- 1995년: 김영삼 정부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12.12 사태,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내란죄 및 내란 목적 살인죄로 기소.
-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추징금 2,205억 원). 이후 김영삼 대통령 특별 사면.
- 2020년: 5.18 민주화 운동 관련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재판 진행 중 사망).
- 기념 사업: 사실상 공식적인 기념 사업 없음. 광주 망월동 묘역 등 5.18 민주묘역에는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
- 영향력: 퇴임 후에도 정치적 논란의 중심. 5.18 관련 발언으로 지속적인 비판과 법적 다툼.
- 재평가: 군사 독재와 5.18 진압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 그의 사망 후에도 5.18 역사 왜곡 문제로 사회적 논란 지속.
- 사법 처리:
2.3. 노무현 대통령: 비극적인 선택과 '사후 재평가' 신드롬
- 퇴임 방식: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으로 평화적 정권 이양.
- 퇴임 후 삶:
- 봉하마을 귀향: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하여 농업과 환경 운동에 참여, '진보의 심장' 역할.
- 사법 처리:
-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 퇴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로 큰 충격.
- 2009년 5월 23일 서거. (재판 종결)
- 기념 사업: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생가 복원, 노무현 기념관 건립. 매년 추모 행사 개최.
- 영향력: 서거 후 **'노무현 신드롬'**이 불며 대중적 추모 열기 확산, 진보 진영의 정신적 지주 역할. 문재인 전 대통령 등 그의 정치적 동지들이 정계에 큰 영향.
- 재평가: 임기 중 부족했던 소통 능력, 정책 논란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고, 권위주의 타파, 원칙과 상식 추구 등 그의 가치와 리더십이 크게 재평가됨.
2.4. 이명박 대통령: '4대강' 논란과 수감 생활
- 퇴임 방식: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으로 평화적 정권 이양.
- 퇴임 후 삶:
- 사법 처리:
- 2018년: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뇌물 수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
-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천여만 원 확정. 동부구치소 및 안양교도소 수감.
- 2022년: 특별 사면 및 복권.
- 기념 사업: 공식 기념관은 없으나, 서울 논현동 사저 주변에 지지자들이 모여들기도 함.
- 영향력: 재임 중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퇴임 후에도 환경 문제 및 예산 낭비 논란의 중심에 서며 지속적으로 재평가 대상.
- 재평가: 경제 위기 극복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퇴임 후 사법 처리로 인해 부정적 평가가 강화됨.
- 사법 처리:
2.5.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불명예와 사면
- 퇴임 방식: 2017년 3월, 국회 탄핵 소추 및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으로 파면 (중도 퇴임).
- 퇴임 후 삶:
- 사법 처리:
- 2017년: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
-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 확정. 서울구치소 등 수감.
- 2021년 12월: 특별 사면 및 복권.
- 기념 사업: 사실상 공식적인 기념 사업 없음.
- 영향력: 탄핵 이후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감소했으나, 여전히 일부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받으며 정치적 변수로 존재.
- 재평가: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재평가 움직임은 미미.
- 사법 처리:
2.6. 문재인 대통령: 평온한 귀향과 여전한 정치적 존재감
- 퇴임 방식: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평화적 정권 이양.
- 퇴임 후 삶:
- 평산마을 귀향: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로 귀향하여 소박한 전원생활. 지지자들의 방문과 관심 지속.
- 사법 처리: 현재까지 특별한 사법 처리 없음.
- 기념 사업: 퇴임 후 기념관 건립 등 공식적인 사업은 아직 없음.
- 영향력: 퇴임 후에도 진보 진영의 정신적 지주 역할. 종종 정치적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며 간접적으로 영향력 행사.
- 재평가: 임기 중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일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권위주의 타파, 소통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공존.
결론: 역사는 계속되고, 평가는 진행된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후 삶은 그들의 재임 중 공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역사의 시선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어떤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존경과 예우를 받았지만, 어떤 대통령은 혹독한 사법 처리와 비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퇴임 후, 심지어 서거 후에야 진정한 재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권력'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도 그들의 삶은 여전히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며, 역사적 평가의 영역에 남아있습니다. 이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한 개인의 삶을 넘어 국가와 국민의 역사에 깊이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들의 퇴임 후 삶을 통해 권력의 무상함과 동시에, 진정한 리더십과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역사는 계속되고, 그들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